빤스
한국에 돌아가게 되어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사소한 종이조각이라도 여기 살면서 엮긴 사연들이 있어서 버릴 것을 정하기가 쉽지않다. 어제 밀린 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널면서 그동안 여기서 입던 수 많은 빤스들을 봤다. 여기저기 헤어진 것들도 많아서 이것들 다 버리고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없으면 안됐던 내 생활에 중요한 필수품이었는데 다른 소지품과는 달리 아무런 애착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나중에 신기하게 생각됐다. 이 헤어진 빤스같은 삶이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않았지만 세상에 유익했던 사람들의 삶이 아니였을까 생각했다. 내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무서워졌다. 이 헌 빤스들을 일부로라도 챙겨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by 판지상자 | 2009/10/10 14:29 | 트랙백 | 덧글(1)
클레오와 장나라
막 입대 했을때 전역이 얼마남지 않았던 내무실 왕고는 "클레오" 라는 그룹의 팬이었다. 티비앞에 깔아져서 항상 '클레오' 나오는것을 골라봤던 그 고참은 특히 가운데 서서 노래하는 여자애의 팬이었는데 어느날 나를 시켜 그리게 했다. 각 각 다른 표정으로 3장을 그리게 시켰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르더니 그걸 자기 관물대에 장식해 놨다. 나도 말년엔 티비앞에 깔아져서 살았다. 양동근이랑 같이 나온 논스톱,  장혁이랑 같이 나온 명랑소녀성공기란 드라마를 보고 장나라한테 푹 빠졌다. 내가 일작을 차는날 명랑소녀 성공기가 할땐 취침소등 이후에 티비를 보게 해줬다. 다른 걸 보다 걸린 내무실은 아예 티비를 못보게 하는 똥탕도 부렸었다. 밖에 있는 동생한테 장나라 사진을 보내달라해서 그걸 그려서 관물대에 장식했다.  고참이 좋아했던 클레오는 오늘 처음 공연하는 것을 봤는데 노래도 좋고 참 예쁘다. 내가좋아했던 장나라는 지금 봐도 귀엽다.


클레오



장나라




by 판지상자 | 2009/09/05 09:23 | 트랙백 | 덧글(0)
멋진 연주


84 세 할머니의 연주다.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모르겠다. 올린이는 자기 어머니의 연주라는 소개만 붙였다. 카메라는 계속 한곳만 비춰주다 곡이 끝날 무렵 할머니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잡는다. 마지막 음이 꺼저가는 가운데 할머니는 관중석을 바라보신다. 할머니의 표정에 감동에 있다. 나도 84 까지 살게 되면 이런 연주를 들려주고 이런 표정으로 그 연주를 마치고 싶다. 그게 작업이던 삶이던.
by 판지상자 | 2009/08/30 05:18 | 트랙백 | 덧글(0)
파트 오브 유어 월드
중학교땐가 고등학교때 어머니가 사촌동생들 데리고 롯데월드에 있는 영화극장에 가서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를 보러 오라고 시켰었다. 쿨 한척해야 하는 사춘기 남자애였던 나는 그 자리가 불편하고 민망했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고나선, 나는 예쁜 그림과 멋진 음악으로 가득찬 이 영화에 완전히 몰입되었다. 영화가 끝나고는 받은 감동을 동생들 앞에서 감추고 쿨한척하느라고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주인공인 에리얼은 그후에도 한동안 내 이상형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그 에리얼이 노래했던 파트 오브 유어 월드를 예쁘게 부르는 꼬맹이 여자애를 봤다.



Kalie 가 부르는 part of your world



Jodi Benson 부르는 원례버전
by 판지상자 | 2009/08/11 00:22 | 트랙백 | 덧글(0)
'망종'의 장률 감독
...십몇년간 마누라 월급으로 애 키우고 장 보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되지 않는다. 사람이 바쁘게살다보면 1주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고 싶은 시기가 있지 않나. 순 그런 심정으로 쉬었는데, 10년이 지나간 것이다. 항상마누라한테 감사하는 마음이면서 한편으로는 마누라는 왜 이렇게 놈팡이 같은 남편과 사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분석을 해보니,권력과 연결되더라. 어느 가정이든 누군가 돈을 벌면 권력을 가진다. 어차피 돈을 못 버는 사람이 눈치를 보게 되고. 권력자는항상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그것도 낙이다. 아내도 이 남자, 말 잘 듣는구나, 이러면서 살았을 거다. 그런 걸 보면 남성 중심사회에서 남자가 왜 여자한테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 찍는 게 행복하냐고 묻는데, 난 하나도 행복할게 없다고 말한다. 이 세상이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게 결국 권력 때문이고, 영화를 찍는 건 그 반대에 서자는 것이지만 영화의제작과정은 또 힘으로 진행된다. 그게 제일 싫다. 스탭들이 모두 함께 고생하고 좋은 생각도 많이 하는데, 결국 감독 혼자잘났다고 결정하고, 나중에 좋은 결과도 다 감독의 몫이 된다. 하지만 영화를 찍다보면 그렇게 밀고 나가야 하니까 너무 힘들다...

장률 vs 정성일 대담
씨네21
2006.03.30

내가 어떤 그룹에 속해서 조금이라도 리더의 책임감으로 일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일의 그 성과가 나왔을때 나는 항상 그 성과의 칭찬이 나에게로 집중되어지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칭찬이 모든 멤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지면 속으로 내 잘난척을 충분히 대놓고 못하는 상황을 힘들어해한다. 장률감독은 나와는 정 반대의 생각으로 힘들어해 한다. 부끄럽다. 
by 판지상자 | 2009/07/28 06:3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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