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드로잉 수업
Life Drawing Society 라는 곳에서 그림을 가르치게 됐다. 저녁 6시 반 부터 시작해서, 스튜디오 일을 끝마치고도 넉넉하게 갈 수 있어서 좋다. 그림에 관심있는 직장인이나, 그림 실력을 늘리고 싶은 학생들이와서 그린다. 토니라는 아저씨가 모델, 장소, 재료를 제공해 주고 세션마다 8 파운드에서 10파운드씩 받는다. 이 아저씨는 프랑스에서 왔다는데 이 일을 5년 전부터 해 왔다고 한다. 보따리 장사 처럼 여행 가방에다가 학생들을 위한 그림 재료니, 모델을 위한 전기난로니,  조명이니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닌다. 일할때, 이제 이것을 한다 저것을 한다 말하는 법이 없고, 그냥 혼자서 알아서 다 한다. 몇 주 전에 했던 인터뷰때도 그러더니 오늘 첫 수업이었는데도 수업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그냥 시작해 버렸다.

오늘 모델은 제니라는 동양인 여자애 였다. 어려보였다. 한국인 처럼 생겨서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타이완에서 왔단다. 동양인 모델은 처음 보는거라서 좀 쑥쓰러웠다. 오늘 온 사람들은 데부분 직장인 들이었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몇명 있었다. 실재 그림을 배우러 온 사람은 없었고 다 자기 그림을 그리러 온 사람들이었다. 뭐라고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선생으로 있는거라서 몇몇에게 귀속말로 "잘 돼가냐"라고 조용히 물어봤는데 "잘 됀다"고 차갑게 대꾸했다. 그래서 그냥 멀뚱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누드 드로잉 시간에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 그냥 벗은 모델을 처다보는 것도 이상할것 같고, 학생들 그림을 쳐다보면 학생들이 부담 스러워 할 것 같아서 어디다 시선을 두어야 할 지 난감했다. 결국 나도 종이를 펴고 같이 그렸다. 그리면서 역시 동양인 여자가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경험한 것이라서, 친숙함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해 봤다. 수업 끝나고 인사를 했는데 4시간 동안 보여준 부드러운 곡선의 몸매와는 달리 쌀쌀맞은 말투에 좀 흠칫했다.
by 판지상자 | 2008/11/05 11:07 | 일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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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성수 at 2008/11/06 16:42
민호야, 나 한영교회 김성수 목사다. 네 글을 몇 개 읽으면서 많이 성숙한 너의 내면을 느낀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너의 취직을 위해서 기도를 했었는데 일거리들이 있어서 잘 되었구나.
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라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느낌은 좋다.
하여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교회나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잘 모르겠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내면이 더욱 더 깊어지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더욱 더 여물어가기를 기도한다. 혹시 그 부분에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다오.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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