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5년전 런던에 처음 왔을땐 한 방을 3명이서 같이 썼었다.
나라의 보조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아파트이고 방도 다른 사람과 같이 써야 했기 때문에 가격이 쌌다.
방에는 독일 아저씨와 나중에 스페인에서 온 호세와 침대를 3개 넣고 같이 살았다.
독일 아저씨는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애니매이터 였는데 런던에 와서는 식당 주방장으로 일한다 했다.
런던에 독일음식 전문 식당이 있는지도 애니메이터와 주방장을 겸업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이 둘은 처날 부터 사이가 좋지않았다. 독일인 아저씨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그 전형적인 독일인 이었고
호세역시 진한 스페인 사람이 었다. 결국에는 호세의 코고는 소리에 못이긴 독일인 주방장 아저씨가
자고있던 호세의 코를 잡아 당겼고 둘은 새벽에 멱살을 잡았다.
호세는 잘때 아무것도 입고 자지 않는데 키거 커다란 발가벗은 흰 몸둥아리가
어두운 방안에서 방방 뛰는 모습은 무섭다기 보단 웃겼다.

호세는 웨스트민스터 전문대학에 딸려있는 요리학과 식당에서 식당 보조로 있했다.
제이미 올리버가 나온 학교라고 주방에 커다란 그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런던내 거의 모든 건물의 온갖 잡일은 보통 스페인어를 쓰는 남아메리카 인들이 주로 맡고 있다.
호세가 칠레인 매니져에게 나를 소개시켜줘서 나는 그 대학의 청소부로 일할 수 있었다.
일은 시작한지 꽤 되었었는데 네셔널 인슈런스 번호가 없어 주급을 못받고 있었다.
또 호세가 손을 써 줘서 그 해 크리스마스즈음에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대학 4층 청소를 맡고 있었고 호세는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일했다.
돈을 받은 날 지하에 내려와서 돈봉투를 보여줬더니 자기 일 처럼 기뻐해 줬다.
받은 것이 많은데 충분히 감사의 뜻을 전하지 못한것 같아서 미안하다.
2003년 내 런던 생활 초반의 몇 안돼는 은인 중 한명이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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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지상자 | 2008/05/30 05:26 | 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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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경상 at 2008/05/30 07:11
벨리에서 보고 찾아왔습니다. 저도 런던에 살고 있어서 런던이라는 단어를 보고 무작정 클릭해서 들어왔는데 사진과 그동안의 노력을 보고 갑니다........늪에 빠지기 쉬운 영국 특히 런던 생활인데 ..... 언어 문화 차별등도 잘 이겨내신것 같아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또 오면 발자취 남기겠습니다.
Commented by 판지상자 at 2008/05/30 09:25
와서 보고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은 최근에 하던 일 두개가 다 엎어지는 바람에 말씀하신 그 늪에 빠져버린것 같습니다. 일주일 전 부터 이걸 만들어서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마이너스가 두개 모였으니 플러스가 되겠죠 이제부터는...좋은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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